중력은 어떻게 작동할까

중력, 너 도대체 정체가 뭐니: 사과부터 블랙홀까지의 긴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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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너 도대체 정체가 뭐니: 사과부터 블랙홀까지의 긴 수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던 적 다들 있으시죠. 단순히 피곤해서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지구가 우리를 아주 격렬하게 사랑해서 꽉 붙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발을 땅에 딛고 걸을 수 있는 것도 따뜻한 커피를 컵에 따라 마실 수 있는 것도 다 이 친구 덕분인데요. 오늘은 너무 익숙해서 고마운 줄 몰랐던, 하지만 알고 보면 우주에서 제일 신기하고 엉뚱한 녀석인 중력에 대해 아주 긴 수다를 좀 떨어볼까 합니다.

평화로운 들판에서 사과를 손에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의 모습(16:9)

멍 때리다가 발견한 위대한 법칙

옛날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아주 오래전 영국에 뉴턴이라는 청년이 살았습니다. 당시 흑사병이 돌아서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고향 집에 내려와 있었는데 할 일이 없으니 사과나무 아래 멍하니 앉아 있었대요. 그러다 사과가 툭 하고 떨어지는 걸 봤죠. 보통 사람 같으면 아 맛있겠다 하고 쓱 닦아서 베어 물었을 텐데 이 천재 양반은 엉뚱한 생각을 시작합니다.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왜 안 떨어지지 누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놨나 아니면 달은 사과랑 다른 건가"

그 고민 끝에 나온 게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상 모든 물건은 서로 좋아해서 끌어당긴다는 거예요. 저도 여러분을 당기고 있고 여러분의 스마트폰도 여러분을 당기고 있죠.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모니터와 여러분 사이에는 사랑의 작대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다만 지구가 너무 덩치가 크고 무거워서 다른 자잘한 애들이 당기는 힘은 티도 안 나는 겁니다. 결국 사과가 떨어진 건 지구가 사과를 확 잡아당겼기 때문이라는 거죠.

재밌는 사실 하나
뉴턴이 사과를 보고 영감을 받은 건 맞는데 실제로 머리에 맞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대요. 만약 진짜로 맞았다면 만유인력 법칙 대신 사과나무 안전 관리법이나 헬멧 착용 의무화가 먼저 나오지 않았을까요.

사실은 당기는 게 아니라고요

뉴턴 덕분에 몇백 년 동안 우리는 서로 당기는 힘이 있다고 믿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십 세기에 들어와서 머리 헝클어진 아인슈타인이라는 더 엉뚱한 천재가 나타나서 판을 완전히 깹니다. "여보세요들 그게 당기는 게 아니에요" 라면서요.

이 부분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우리 같이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해 봐요. 아주 푹신한 메모리폼 침대 위에 무거운 볼링공을 올려뒀다고 쳐요. 그럼 침대 시트가 푹 꺼지면서 움푹 파이겠죠. 그 주변에 작은 유리구슬을 살짝 굴리면 어떻게 될까요. 구슬은 볼링공이 좋아서 다가가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닥이 휘어져 있으니까 그 경사를 타고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거예요.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지구가 우주라는 공간을 휘어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땅에 붙어 있는 건 지구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를 잡아채서가 아니라 지구가 만들어놓은 시공간의 웅덩이 속에 우리가 쏙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뭔가 좀 더 로맨틱하지 않나요. 우주라는 거대한 천 위에 지구가 만들어놓은 굴곡 속에 우리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게 말이에요.


냉장고 자석이 지구를 이긴다

혹시 집에 냉장고 자석 있으신가요. 여행 가서 사 온 예쁜 자석으로 전단지나 사진을 붙여두셨을 텐데요. 그 자석을 보면서 중력이 얼마나 허당인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생각해 보세요. 지구는 엄청나게 큽니다. 질량이 어마어마하죠. 그 거대한 지구가 전단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칠십억 인구가 다 매달려도 꿈적도 안 하는 그 지구 전체의 힘 말이에요. 그런데 그 손톱만한 자석 하나가 지구 전체가 당기는 힘을 가볍게 이기고 전단지를 냉장고에 딱 붙여놓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약한 힘

과학자들은 우주에 네 가지 힘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중력이 압도적으로 꼴찌라고 합니다. 자석 하나에도 지는 힘이라니 좀 짠하지 않나요. 하지만 중력의 무서운 점은 끈기입니다. 다른 힘들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어서 서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중력은 오로지 당기는 힘뿐이라서 뭉치면 뭉칠수록 무한대로 강해집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중력을 위해 있는 말인가 봅니다.


시간 여행이 진짜 가능하다고요

영화 인터스텔라 보셨나요. 주인공이 파도가 치는 행성에 잠시 다녀왔더니 우주선에서 기다리던 동료가 폭삭 늙어버린 그 슬픈 장면이요. 그게 영화라서 뻥을 친 게 아니라 진짜 과학이라고 합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거든요.

중력이 세면 공간만 휘는 게 아니라 시간도 엿가락처럼 휘어서 천천히 흐르게 만듭니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계바늘도 무거워서 낑낑대며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우리 몸에서도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놀라지 마세요. 우리 발은 머리보다 시간이 아주 미세하게 느리게 갑니다. 발이 지구 중심이랑 더 가까워서 중력을 더 세게 받으니까요. 물론 그 차이가 십억 분의 일초도 안 돼서 발만 덜 늙거나 하지는 않으니 걱정 마세요. 하지만 높은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이 일 층에 사는 사람보다 아주 쪼끔 더 빨리 늙는다는 건 과학적으로 사실입니다.


우리가 몸무게에 집착하는 이유

다이어트할 때 체중계 숫자에 울고 웃고 하시죠. 사실 몸무게는 내가 얼마나 뚱뚱한지를 재는 게 아니라 지구가 나를 얼마나 세게 당기느냐를 잰 것뿐이에요. 내가 살찐 게 아니라 지구가 나를 너무 격하게 원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려나요.

만약 여러분이 우주복을 입고 달에 가서 체중계에 올라가면 몸무게가 육분의 일로 줄어듭니다. 달은 지구보다 작고 가벼워서 우리를 당기는 힘이 약하거든요. 지구에서 육십 킬로그램인 사람이 달에 가면 십 킬로그램이 되는 기적을 맛볼 수 있죠.

달 다이어트 효과
몸무게 : 60kg -> 10kg
기분 : 날아갈 것 같음
목성 요요 현상
몸무게 : 60kg -> 140kg 이상
기분 : 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음

물론 내 몸의 지방은 그대로지만 숫자가 줄어드는 게 어디예요. 반대로 목성에 가면 몸무게가 두 배 넘게 늘어나서 서 있기도 힘들 겁니다. 다이어트가 힘들 땐 목성보다는 달을 보며 위안을 삼으세요. "나는 뚱뚱한 게 아니야, 그냥 중력이 센 행성에 살고 있을 뿐이야" 라고요.


중력과 우리 몸의 숨겨진 비밀

중력은 단순히 물건만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우리 몸 구석구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혹시 아침에 잰 키랑 저녁에 잰 키가 다르다는 거 아시나요.

우리가 낮 동안 서 있거나 앉아서 활동하는 내내 중력은 우리 척추를 아래로 꾹꾹 누릅니다. 그래서 척추뼈 사이의 연골이 눌려서 저녁이 되면 키가 일 센티미터에서 이 센티미터 정도 줄어들게 되죠. 그러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자면 중력의 압박에서 해방되어 다시 연골이 펴지고 키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중력 때문에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에요.

우주비행사들은 어떨까요. 우주정거장에 가면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니까 척추가 쭉 펴져서 키가 갑자기 커진다고 합니다. 좋은 거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뼈를 지탱할 필요가 없으니까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고 근육도 금방 쪼그라듭니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하루에 두 시간씩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해야 겨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대요. 지구의 중력이 우리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우리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개인 트레이너였던 겁니다.


중력이 사라지면 벌어지는 일

가끔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 중력 같은 거 없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죠. 둥둥 떠다니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출근길도 편할 것 같고요. 하지만 중력이 딱 십 초만 휴가를 떠나도 지구는 멸망각입니다.

일단 공기를 붙잡아둘 힘이 없으니 대기가 다 우주로 날아가서 숨을 못 쉽니다. 기압이 사라지니 고막이 터질 수도 있고요. 바닷물도 다 튀어 오르고 우리 몸도 지구 자전 속도 때문에 우주 밖으로 대포알처럼 튕겨 나갈 거예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도 중력 덕분인데 그 끈이 끊어지면 지구는 태양의 온기를 잃고 차가운 우주 저편으로 미아가 되어버리겠죠.

그러니 오늘 퇴근길에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너무 짜증 내지 마세요. 그건 지구가 여러분을 놓치기 싫어서, 그리고 공기와 바다와 여러분의 소중한 물건들을 지켜주기 위해 꼭 껴안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포옹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궁금한 점 정리해 드릴게요

블랙홀에 빠지면 진짜 국수처럼 되나요?

네 좀 무서운 이야기지만 사실입니다. 블랙홀 가까이 가면 발 쪽이 머리보다 훨씬 강한 중력을 받게 돼요. 몸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발만 미친 듯이 당기는 거죠. 그래서 몸이 길게 늘어나는데 과학자들은 이걸 '스파게티화' 된다고 부릅니다. 이름은 귀여운데 실제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죠.

우주정거장에서는 중력이 아예 없나요?

이거 오해하시는 분들 많은데 중력이 없는 게 아니에요. 우주정거장도 지구 중력을 구십 퍼센트나 받고 있어요. 다만 우주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어서 계속 떨어지는 중이라 둥둥 뜨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져서 추락할 때 몸이 뜨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추락을 하고 있는 셈이죠.

밀물과 썰물도 중력 때문인가요?

맞아요. 밤하늘에 뜬 달이 바닷물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서 물이 들어오는 게 밀물이에요. 달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저 멀리서 그 무거운 바닷물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요. 지구가 자전하니까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바다가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지구를 탈출하려면 얼마나 빨라야 하나요?

지구의 중력을 뿌리치고 우주로 나가려면 '탈출 속도'라는 게 필요합니다. 그 속도가 무려 일초에 십일 킬로미터나 돼요. 총알보다 수십 배는 빨라야 겨우 지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로켓이 그렇게 거대하고 연료를 많이 싣는 이유가 바로 이 끈질긴 중력을 이기기 위해서랍니다.


※ 오늘 이야기는 어려운 과학 공식을 빼고 최대한 쉽고 말랑말랑하게 풀어본 중력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더 깊은 내용이나 다른 과학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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